불법 도박시장 160조원, 인터넷에서 기승 문제점과 해법은?
【하남=뉴시스】문영일 기자 = 우리나라의 불법 도박시장은 눈덩이처럼 커져가는 추세다. 2006년 28조8000억원(한국레저산업연구소 추산)였던 불법도박 시장은 2008년 88조원(국가정보원 추산), 2014년엔 101조∼160조원(한국형사정책연구원 추산)으로 커졌다. 지난해 불법 도박시장규모를 추정치의 평균인 130조원만 잡아도 한해 복지예산 115조7000억원을 뛰어넘는 엄청난 수치다.
불법도박은 토토, 카지노, 투견, 경마, 경륜, 경정 등 쉽게 접할 수 있다. 원하기만 하면 누구든지 어디에서든지 불법도박을 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불법도박에 노출돼 있다고 해도 지난친 말이 아니다.
불법 도박이 열리는 장소도 다양하다. 70평형 고급 아파트·조용한 단독 주택·사무실이 밀집한 오피스텔·미분양 아파트·소형 빌라·유흥가 지하주차장·상가 옥탑·모텔·밭 한가운데 위치한 컨테이너에서도 불법도박이 횡행한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한 불법 도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터넷이 연결만 되면 어디에서든 불법도박은 이뤄질 수 있다. 서울을 포함한 광역시는 물론 지방 소도시·면단위 시골까지 불법도박이 뿌리 내리고 있는 이유다.
이처럼 불법도박시장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합법 사행산업의 규제에만 몰두한 정부의 정책오판을 꼽는다. 이른바 합법 사행산업 매출총량 규제다.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것은 경마와 경륜이다. 경마와 경륜은 경주 당 최대 베팅 금액을 10만원으로 규제하고 있다. 이미 마권구매상한액 제한, 낮은 환급률로 저변을 확보했던 불법 사설경마는 경마총량제와 온라인 베팅금지와 같은 규제정책으로 수요자들이 온라인으로 빠져나갔다.
불법 사설경마의 경우 컴퓨터만 있으면 장소의 제약이 없고 경마장보다 25% 정도 싸게 마권을 구입할 수 있다. 또 베팅금액에 제한이 없어 합법 경마, 경륜산업은 속수무책으로 고객을 내줘야만 했다. 스포츠가 아닌 도박의 심리를 자극하는 것이다.
불법 도박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1차적으로 개인이나 합법 사행산업시장이지만 이들은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국가 곳간에도 고스란히 손해를 끼친다. 불법 스포츠도박은 초대형 지하경제를 만들어내며 세금 탈루 등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합법 카지노 업체인 강원랜드의 경우 매출의 약 30%를 세금으로 내고 있다. 강원랜드의 지난해 매출액이 1조4000억원 가량임을 고려하면 약 4200억원의 세금을 낸 것이다. 이 같은 조건을 30조원대의 스포츠도박에 적용하면 세금으로 편입돼야 할 10조원이 지하경제로 스며들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불법도박 시장이 커지는 이유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일선에서 법을 집행하는 경찰은 의지를 가지고 단속을 한다. 불법 도박의 위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법도박을 저지른 범죄자는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다.
불법도박을 단속하고 있는 A씨는 "불법도박업자의 경우에는 자금력을 바탕으로 변호사까지 선임해 법적인 대응을 펼칠 정도다. 이들은 법률시장에서 이미 고객으로 자리 잡았다. 이기기 어려운 싸움을 진행하고 있다"며 허탈해 했다.
합법 사행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도 문제로 지적된다. 사행산업을 연구하고 있는 B씨는 “합법 사행사업에 전자카드·베팅상한제 등 강한 규제를 하면서 불법은 더욱 창궐했다”며 "합법을 누르니 불법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반대편이 부풀어 오르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불법 도박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합법적 사행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합법적 사행산업에 대한 제재가 강하다 보니 풍선 효과처럼 불법 도박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감독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강력한 단속만 외칠 게 아니라 불법 도박에 발을 들이는 이들을 합법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강성구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행산업에 대한 과도한 제재가 국민들이 합법적 사행산업보다는 불법 도박을 이용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목하면서 "합법 사행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불법 도박을 합법 영역으로 유입시킬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부 정책이 합법시장의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민간사업분야의 한 부문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는 출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